근황 Days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은채 시간이 휘리릭 휘리릭 가버렸다. 나중에 되돌아봤을때 기억이 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했나보다 그러기 마련이라서 뭐라도 좀 써가면서 지내야지 싶다.

그 동안 집을 샀고 이사를 했고 일은 바빴고 가족과는 그놈의 돈돈거리는 상황에 골머리를 좀 썩었고 매니저는 조그만 언질만 줘도 원하는 곳을 팍팍 헤아려주는 여전히 훌륭한 보스고, 앵거 이슈 있는 동료가 신참을 갈구는게 안쓰러워서 마냥 너그러웠더니 슬금슬금 만만하게 보는것 같아 어째야하나 살짝 고민이고, 그래도 일자리가 좀 안정되어가니까 여유가 생겼는지 에쓰에게도 나름 더 마음 써주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에쓰는 너무나 잘해주고 많이 도와주고 요새 화기애애하다. 아프지만 말지.. 그 생각도 지금은 굳이 안하려고 한다. 다른 신경쓸게 너무 많다. 에쓰가 잠재적으로 많이 아픈게 문제지만, 그것때문에라도 내 건강부터 바짝 챙겨야지.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다 잃는거라고. 내가 내 몸 안 챙기면 누가 챙기나.

새 집은 아직 내 집 같지가 않고 길어진 버스 출퇴근 시간 때문에 허리가 좀 안좋아지려고 하고, 집에 와서 밥먹고 배불러서 괴로워하다보면 금방 잘 시간이고. 주말엔 왜 이렇게 필요한게 아직도 많은지 기억도 나지 않는 생활용품들을 사다 나르고 시간나면 널부러져 쉬기에도 부족한 시간. 주말에 제대로 놀아본지가 올림픽 이후로 없는 것 같고.

이번 주말엔 영 나를 불편케 하는 방 분위기 향상 인테리어 연구 좀 해봐야겠고, 아 슬슬 주말에 일도 좀 해야할것 같은데. .섹스앤더시티2 봐야하는구나. 리뷰와 평점에 무관하게 그냥 극장에서 무조건 봐야만 하는 몇 안되는 영화인데 왠지 기분이 안난다. 바쁘기만 하고 성취한게 없는 한 주였기 때문일까? 왠지 놀 자격이 아직 안되는것 같은 찜찜한 기분은 뭐지.
놓치고 지나가는게 참으로 많다. 달리면서도 늘 개운하지가 않아.
게을러서 그런걸거야. 지금은 스케줄에 끌려다니면서 겨우 겨우 미니멈만 하며 사는 생활이고, 내가 원하는 생활은 굳센 의지와 자기통제와 부지런함으로 꼼꼼히 채워가는 활기있는 생활. 아직도 초딩같이 마음속 가득한 '하.기.싫.어' 를 몰아내야 가능한 생활. 항상은 아니라도 삼분의 일쯤은 맥시멈으로 살고 싶다고.
열매는 갖고 싶고 노력은 하기 싫은 유치함. 나이에 비해 짐을 덜져서 그런지 이런 날 보면 스스로 어른이라 하기에도 부끄럽다. 아 부끄러.

두고보자 일관성 Work

프로젝트 텀이 짧거나 내 손에서 시작된 일이면 통제가 가능하지만, 호흡이 길고 범위가 넓고 더군다나 중구난방 엉망인 모든 문서의 속성을 내가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된 브랜딩 작업은 쉽지 않았다. 비일관성에 그렇게 치를 떨면서도 회사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던가 일부 간부들의 개인적 취향 때문에 조금씩 예외가 더해지고, 나는 나대로 그때그때 귀찮아서 정리를 안해뒀더니 그게 쌓이고 쌓여서 회사 브랜딩이 원칙없이 문어다리처럼 기형 진화해버렸다. 아직은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당장 다음날 킹보스와의 보고 미팅을 앞두고 신경이 날카로와진 매니저는 결국 '처음으로' 내게 장시간 호통을 치기에 이르렀다.

아니 나 혼자 한 일도 아니고 매니저한테 확인도 다 받았었고 그때그때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된거지만 애써 나만 꾸짖는다기보다 상황에 대한 분노로 받아들이려 애썼다.
나 스스로야 책임을 통감한다. 내가 슈퍼맨이 될 순 없어도 많은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인정한다. 원체 평소에 사람좋은 매니저라 그때그때 지나가면서 한 말들을 깊이 새기지 않은 내 죄가 과연 크다. 호통을 듣는순간 그 코멘트들이 주마등처럼 한꺼번에 스쳐간 걸 보면 내가 그동안 안이한 면도 있었던 거지.

그와 별개로 나를 정말 화나게 한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 온지 얼마안된 팀 멤버가 매니저의 불안에 불을 부었고 그 불똥이 나한테 튄 형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본인 성과를 낱낱이 매일매일 자랑하고 남의 잘못된 점은 언성을 높이며 지적질을 남발해대는 그녀가 이것저것 일관성이 없다며 아침부터 언성을 높이자 그렇잖아도 다음날 보고인데 완벽히 준비가 안되어 긴장해있던 매니저는 그녀의 지적질에 깊이 동감하며 점점 보이스톤을 올려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적질이 사실 나쁜게 아니다. 적절하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고, 그렇게 해왔다. 그러나 그녀의 지적질은 남달랐기에 기분이 더욱 나빴다. 일한 사람을 옆에 두고 상관에게 고자질하듯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수 있냐'는 듯한 톤으로 흥분하며 하는 지적질은 내용을 떠나서 받아들이기 일단 힘든거다. 누굴 바보천치로 아나. 그 지난한 작업과정을 봐왔다면 그렇게 난데없이 가혹한 비판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 장담하는데,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른다면 최소한의 조심성을 갖고 남의 잘못을 찔러야 하는것 아닌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결론만 따지자면 그녀의 지적은 옳다. 옳을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더욱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누누히 의논해왔지만 이러저러한 사정과 일관성 없는 나의 습관이 더해져서 곤란한 지경이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기분나빠하지말고, wake up call로 받아들이려 일단 애써본다. 



새해맞이 끄적 Days

업무용 이메일말고 뭔가를 쓴다는게 낯설정도로 손을 놓고 지냈더니 이글루스가 어색해지려고 하네..
어쩌다보니 12월19일부터 주구장창 먹고 놀고 쉬고 있는데 벌써 낼모레면 논스탑 일,일,일이 시작된다.
하와이 갔다와선 매일 오후 1시 기상에 방바닥과 부엌을 왔다갔다하는 곰순 모드로 지냈더니 뱃살 장난아니고.. 배 사이즈 진짜 크다고 박수도 받았다.........이건 진짜 아니잖아. 
새해날이 밝았으니 정신을 이제 차려야지. 무너진 생활패턴 한 방에 회복시키는데는 여전히 밤샘이 최고라..밤 새고 있다.

새해 레졸루션 매해 만들었지만 손톱만큼도 못지키는 반복도 지겨워서 평균 리스트 12개였던걸 올해는 대폭 줄였다.

1.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2. 두뇌를 활용하기
3. 일기 자주 쓰기
4. 헝그리 정신 회복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횟수만 늘려도 내가 사는게 참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을 윤색하지 않고 제대로 파악하고자 하는 습성은 깊은 부정과 의심과 냉소로 이어져서 내 에너지를 갉아먹게 되는 일이 잦은고로.. 냉철하되 군더더기 없고 낙천적인. 그래서 늘 에너지 넘치는 울 엄마같은 삶의 태도를 가지고 싶다.
사는 곳의 영향을 받긴 받는지 밴쿠버 생활 2년 넘기니까 엄청 단순해지고.. 나쁘게 말하면 눈만 꿈뻑거리는 붕어가 되어 하루하루 지내는 기분이 자주 든다. 인생의 호기심으로 가득찼던 이십대 초반 이후로는 계속 동태의 눈빛을 유지해오고 있긴했지만 나이는 먹는데 갈수록 멍청해진다는건 아무래도 부끄러운 일이다.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 차라리 탐욕일지라도 열망할 무엇이 필요하다.
올해는 일과 지식에 욕심을 내보려고 한다. 아직까진 칭찬받으며 일하고 있지만 난 안다. 조그마한 변화라도 생기면 이제 금새라도 바닥을 보일거라는거. 레벨을 한두단계 높일 때가 온것 같다. 이 회사가 아니면 날 받아줄데가 없을것만같은 노이로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실력밖에 없음.
암만 현자라고 해도 세상을 훤히 꿰뚫어보는게 쉬운 일은 절대로 아니지만,,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지만,, 어떤 세계도 지식 부족으로 반투명 비닐 천막안에서 보는듯한 답답한 느낌또한 참 별로다. 뭐가 됐든 한 두 가지 정도는 환하게 아는 분야가 있었으면 한다. 아는게 없어서 사람들이랑 얘기할때마다 묵언수행하는 것도 지겨워.

그리고 하나 더 올해 얻었으면 하는거. 스트레스 확실히 푸는 방법 한가지라도 찾는것.
이번에 놀러가서 스카이다이빙 해보고는 느낀건데, 아 이런게 스트레스가 진짜 풀리는 느낌이구나 하는것. 삼십년 넘게 살면서 스트레스를 '녹인다'는 개념으로만 살았지. 제대로 풀어본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잘 놀 줄 모르는 사람이라 그게 더 힘겨웠던 것일수도 있고. 그래서 스트레스는 내 친구인양 늘 끼고 피곤하게 살았던 것 같다. 물론 스카이다이빙을 시시때때로 할수는 없는 일이고 내 기준에서 확실히 논다는 느낌을 주는 무언가를 찾고 싶은데, 뭐가 있을까. 웬만한건 맛보기로 한두번씩 다 해본 것 같은데 아직 와닿는게 없다.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 나은데. 춤을 배워볼까..ㅎ

아무튼 내 새해 소원은 이정도로 하고.. 아끼는 가족들과 친구들 올해 건강했던 분들은 계속 건강하고, 건강치 않았던 분들도 건강해지셨으면 좋겠다. 최소한 아프지 않다면 다른 문제들은 어떻게든 풀려져 나가지 않을까. 그리고.. 대박이나 한 방은 바라지도 않아. 고생 많이하는 가족과 친구들 노력하고 고생한만큼은 보답을 받는 한 해 되었으면 좋겠다.. 
(적고보니 그래도 울 엄마는 올해 대박이 꼭 나야만 하는 상황이네. 엄마는 반드시 대박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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