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ter could kill Days

알바건으로 한국 어르신 한분을 만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생애 가장 길고 힘겨운 클라이언트 미팅이었다 -_-
일 얘기는 2분 정도 했을까.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나머지 2시간 58분을 그 분 혼자서 말씀하셨다.

그렇잖아도 구설수에 맘고생 심하다는 분이 뭘 믿고 처음 만난 나한테 가문의 모든 세세한 얘기들을 다하신건지. 것도 온지 얼마 안된 나도 아는 이름들이 중간중간에 등장할 정도로 이 좁은 밴쿠버 사회에서 말이다.
내가 믿음이 가는 인상이긴 한가보군 훗.. -_-
하긴 난 사람 이용할 줄도 모르고 사기 칠줄도 모른다. 귀찮아서.. 내 사는데 머리 굴리기도 벅찬 판이라 그런데다 쓸 뇌세포 여분이 없다.

그 재미있는 반지의 제왕도 2시간 넘어가면 지루한데, 과연 그 분의 수다가 재미있기는 했느냐..물론 아니다. 그 감상만으로 족히 논문한편을 쓸 만한 독특한 지루함.
몇십년 전에 이민 오신 분으로써 영어가 아주 유창하진 않으나 한국말 어법이 실종된 상태. 바로 너와 내가 겪고 있는 그 상태가 심하게 진행된 케이스셨다. 한국말임이 분명하고 제주도 사투리도 아닌 표준말임에도 절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주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시고, 과거와 현재,미래형을 바꿔서 쓰시고, 수동과 능동형을 또 한번 뒤바꾸시니, 누가 정신이 나갔다는 건지,누가 이혼을 했고, 본인이 베이징에 계셨던게 알수없는 주어의 그 분이 사기를 당하기 전인지 후인지, 돌아와서 다치셨는지 다치시고 회복하셨다가 또 다치셨다는건지 그게 본인인지 10분전에 말씀하셨던 사돈의 팔촌인지... 몰라 나는. ( -_-)

정말 약 3시간 동안 중간에 10초도 침묵하지 않으셨다. 중간에 몇번이고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그지경까지 버텨야만 했던 이유는 도대체 얘기를 끊을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어서였다. 이 주제가 끝나기 전에 중간에 나왔던 다른 테마를 낚아채서 그 얘기를 한참 또 하시다가 아까 하던 얘기로 다시 돌아갔다가.. 의 무한반복이니. 대단하시다 할밖에.
내 나이의 두배도 넘으시는 분이, 생사를 오락가락하다 얼마전에야 회복하신 분이, 어떻게 그런 괴력을 발휘하시는건지.
결국은 억지로 그 분 감정을 약간 상하게 하고서야 대장정의 막을 내렸으니.

일은 어찌됐든 시작하기로 했는데, 모르지 불나방짓을 하는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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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현주 2007/08/22 07:38 # 답글

    ㅋㅋㅋ 재미있구려...아직도 회사다...앞으로 1시간은 더 있어야할것 같은데...-.-;;괴로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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